달의 씨앗 – 둥글고 빛나게, 오선주 작가 가을 전시
달의 씨앗 – 둥글고 빛나게, 오선주 작가 가을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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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씨앗 – 둥글고 빛나게, 오선주 작가 가을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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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씨앗 – 둥글고 빛나게, 오선주 작가 가을 전시

달의 씨앗 – 둥글고 빛나게, 오선주 작가 가을 전시

Photos: MiJi Ahn
시 한구절을 읽는 순간 오선주 작가가 떠올랐다. 달, 물, 윤슬 . . 단단하고 둥글고 빛나는 것들을 보고 들을 때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사람. 그녀의 작품들도 그녀를 꼭 닮아있다. 시가 흙으로 태어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바쁜 일상 속에서 한 호흡 쉬어갈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깊고 고요한 밤을 닮은 흙과 언제까지고 바다의 내음을 담아둘 수 있을 것 같은 향돌 등 가만히 멈춰서 바라보면 어느새 가을 풍경의 일부가 되어있을 것이다.

Q. 도예가가 되려고 생각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도예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어릴 때 부터 그림을 그렸고 계속 그 길로 나아갈 줄 알았는데 원래는 전혀 모르던 도예가라는 길을 어떤 선배님께서 소개해주셨고 평면이 아닌 입체로 하는 작업을 해보겠다고 무작정 도전했던 것 같아요. 도자과를 다니면서 막연히 작업하며 사는 삶을 꿈꿨는데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면서 저의 작업을 찾아가면서 더욱 흥미를 가지게 되었어요. 도예는 그림과는 다르게 결과물로 가는 과정이 전부 제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붓이나 연필로 눈앞에서 모든 과정을 손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한 부분을 끝내면 가마에서 구워내는 절차가 필요하고 제 눈 앞에서 잠시 사라졌다가 돌아오게 돼요. 그래서 그 사라진 시간동안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라요. 결과가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나오도록 노력하긴 하지만 작은 변화들까지 통제하기는 어렵죠. 저는 물레 작업을 주로 하는데 물레 성형의 과정에서도 흙의 결이 꼬이거나 공기가 들어가면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가마에서는 어김없이 그 실수가 드러나게 되는 것 같아요. 계속해서 다듬고 살피지만 결과물이 늘 만족스럽게 나오기는 어려운데 그 부분이 더 재미있기도 하고 끝 없이 고민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질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Q.대부분 물레로 작업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물레에서 성형하는 과정이 너무 좋아요. 제 작업 중에 ‘돌’들은 핸드빌딩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물레로 작업해요.흙을 다룰 때 느껴지는 감각을 사랑해요.

Q. 세분이 함께 이 작업실을 쓰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함께 공간을 공유하는 즐거움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2021년부터 함께 이곳에서 작업하고 있어요. 작업은 혼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여러 면에서 같이 있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 같아요. 공간과 설비를 공유하는 것 이외에도 짐을 옮기거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많은데 항상 옆에 있어주는 든든한 동료가 있다는 게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힘이 돼요. 각자의 시간에 집중하다가도 휴식이 필요할 때 같이 앉아서 대화를 나누거나 차 한잔을 하는게 에너지를 많이 주고 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혼자 작업하면 하루종일 한마디도 안하는 날도 많거든요. 저는 혼자의 시간을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누군가 옆에 있을때 더 일이 잘될 수도 있다는 걸 이 작업실을 하면서 알게 된 것 같아서 항상 고마운 친구들인 것 같아요.

Q. 어떤 때 작업이 잘된다고 느끼세요? 몰입하게 되는 순간이랄까요-

저는 약간 야행성인간이라서 오전과 낮에는 살짝 붕 떠있는 멍한 느낌으로 일을 하는데 해가 지고 밤이 될수록 주변도 조금씩 조용해져 가잖아요. 그 시간이 찾아오면서 작업에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가끔씩 아무도 없는 작업실에서 시간과 공간이 잘 느껴지지 않게 몰입할 때가 있는데 보통은 물레나 손으로 깎는 작업을 할 때 그래요. 선을 다듬고 세세하게 주의를 기울여서 해야하는 작업이라 그런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린 것 처럼 가장 좋아하는 건 물레성형을 하는 시간인데 몰입은 다른 때에 더 잘 되는 것도 신기한 지점이에요. 그리고 이건 변명이긴 하지만 비오거나 날씨가 안 좋은 날 몰입이 잘 돼요. 날이 좋으면 자꾸만 창밖을 보면서 나가고 싶어져서 그런가봐요.

Q. 자연물에서 많은 영감을 받으신다고 들었어요. 왜 자연인지, 자연의 어떤 면에 영감을 받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계속 서울의 도심에 살아서 사실 자연에 둘러싸여 살아온 경험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한강이나 나무가 울창한 산책로를 좋아하는데 그런 곳에서 느껴지는 마음의 깨끗함 같은 게 좋았어요. 항상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네모네모한 일상의 공간에 있다가 탁트인 곳에 갔을 때 느껴지는 해방감이 좋아요. 하늘이 아름다운 날이나 나뭇잎소리가 잘 들리는 날에 느껴지는 단단하고 평온한 기분을 작업에도 담아내고 싶었어요. 자연에도 화려하고 복잡하고 원색적인 아름다움도 있지만 제가 보는 자연은 부드럽고 옅게 반짝이는 아름다움이에요. 고요하고 맨들맨들하고 정제된면에 끌려요.예를 들면 작은 알갱이들이 모여 단단함을 이루는 조약돌의 형상이나 계속해서 흘러가며 변하는 하늘의 색 등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여행지에 가면 항상 작은 돌을 가져와서 여행지 이름을 써놓고 모으기 시작했는데요 그러면서 조약돌 시리즈도 시작된 것 같아요. 작업하고 남은 흙들이 원래는 그냥 버려지는데, 그 버려지는 흙들로 돌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Q. 흙이 가진 물성을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해서 유약은 최소한으로만 사용하신다고 알고 있어요. 흙의 어떤 특징을 표현하시나요?

저는 유약이 아닌 흙 자체가 안에서부터 가지고 있는 색과 질감을 드러내려고 해요. 유약으로 색을 표현할 때에는 내부에 흙이 있고 겉면에 입혀지는 방식인데 저는 흙 자체에 색을 넣고 안과 밖이 같은 흙의 모습을 지니도록 제작하는 방식이에요. 질감은 거칠고 화려한 것 보다는 고운 흙을 사용하여 혼합하기 때문에 작은 알갱이들이 모여서 연마처리를 한 후에는 맨들맨들한 표면에 작게 박혀있거나 반짝이는 걸 볼 수 있어요. 사람의 눈은 신비로워서 여러 색의 혼합을 한 색으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그 색과 정말 한 가지로 되어있는 색을 구분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작게 자리하고 있는 알갱이들이 모여서 어떤 색을 보여주는 흙의 표면이 매력적이라고 느껴서 그걸 표현하는 작업들을 해나가고 있어요.

Q. 이번 전시는 ’달의 씨앗’이라는 한편의 시로부터 출발했어요. 자연물 외에도 평소에 좋아하시는 시나 책 장소 등…영감의 원천이 궁금합니다.

시는 어려워서 잘 읽지 않았는데 최근에 김리윤 시인의 ‘투명도 혼합 공간’을 읽으면서 시의 재미를 알게 되었어요. 오랫만에 작업적으로도 영감이 되겠다고 느껴졌어요. 책은 시작만 하고 끝내지 못한 것들이 가득한데 글이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그려내는 일 같아서 소설이나 비소설 중에서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철학서 같은 책을 좋아해요. 이해를 못한다고 해도 한 문장이라도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 좋은 것 같아요. 그 생각의 결과가 꼭 작업이 되지 않더라도 그런 작은 것들이 쌓여서 저를 이루는 무언가가 되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저는 전시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 가끔씩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작업을 하다보면 시간적으로 여유를 내는 게 쉽지 않아서 강제로 예매를 해두고 시간을 빼려고 해요. 공예를 하고는 있지만 회화전시를 보는 걸 훨씬 즐겨요.

Q. 전시를 준비 하며 함께 달 / 물 / 밤 / 빛 / 씨앗 의 키워드들을 얘기했었는데요, 이 단어들과 작품의 관계를 들려주세요.

시와 함께 다섯가지 키워드를 어떤 장면처럼 떠올리고 그 요소들이 작업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단어들이 표현된 방법을 곰곰히 살피면서 달이 드리운 밤바다에 빛을 내는 사람들의 흔적과 모래사장에 반짝이는 남겨진 것들을 그리면서 작업을 했어요.

달은 아이보리 색과 둥근 형태로 해석하고 밤의 이미지는 네이비와 블랙의 색감으로 표현했어요. 특히 이 밤을 표현하기 위해 쓴 색은 이전에 써본 적 없었기 때문에 밤하늘과 밤바다의 이미지를 담고자 색을 찾는 과정에 특히 좀 더 공을 들였어요. 새롭게 찾은 색감을 제가 추구하는 둥글고 맨들한 형태감과 표면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또 티하우스에 어울리는 작업과 공간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느낌은 어떤걸까 하는 고민도 있었어요.

둥근 씨앗이 발아하며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것처럼 둥근 흙이 물레를 통해 펼쳐지며 생명력을 가지는 것을 생각해서 날개볼의 형상으로 담아내고자 했어요. 밤바다를 형상화하는 작은 날개볼은 두가지의 흙을 혼합하며 물과 밤의 이미지가 물레에서 생겨나는 연리모양이 되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했구요, 티하우스의 모티브인 윤슬은 흙을 혼합하면서 드러나는 작은 알갱이들의 반짝임과 닮아있고 그것이 시의 마지막에 ‘달의 씨앗 같은 조개들이 으적으적 모래 소리로 자란다’라는 부분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향을 담는 시리즈로 향돌과 향꽂이를 제작했는데요 전반적으로 달의 이미지나 밤에 보이는 빛도 모두 동그라미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의 연장선에서 둥근 형상을 만들고 그 안에 돌, 알, 씨앗을 닮은 것을 담았어요. 향꽃이는 높이가 있는 테두리 때문에 빛에 따라서 안과 밖에 생기는 그림자를 보며 기울고 차오르는 달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소소하게 컵받침에 발린 유약을 통해 물의 표면을 보는 등 시의 심상, 자연의 시간과 이미지가 형태적으로, 만드는 과정으로, 또 상징의 의미로 다채롭게 표현될 수 있도록 했어요.

Q. 작가로써 사는 삶에 대해 궁금해 하는 또는 동경하는 분들이 많아요.

자유롭고 행복한만큼 따라오는 책임감이나 어려움도 많은 것 같지만 도자기가 아니었어도 비슷한 일을 하면서 살았을 것 같아요. 운이 좋게도 현재는 생활이 가능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하다보면 포기하기 쉬워질 것 같아요. 그래도 진짜 좋아하고 진짜 열정이 있다면 해볼 법하다고 생각해요. 월세를 내고 작업실을 운영할 수 있는 정도로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 사람의 능력보다도 운이나 타이밍 같은 것들도 많이 작용해서 들쭉날쭉하다는 느낌이 크지만 그럴 때 마다 마음을 다잡아야 지속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합니다. 일이 엄청 몰릴 때는 언제 없어질지 몰라, 내가 아주 오만했다 (웃음) 그런 마음으로 밸런스를 잘 잡는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Q. 마침 밸런스라는 말을 해주셨네요. 모든 분들께 공통으로 드리는 질문입니다. 밸런스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밸런스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적당히’라고 생각해요. 어떤 때에는 더 할 수 있는데 적당히하고 대충 끝낸다는 의미로 그 단어를 쓰는 것 같은데 그런 의미는 아니구요. 지금 적당히 하지 않으면 무언가 문제가 생겨서 뒤에 탈이 나는 일들이 있는데 당장의 욕심으로 균형을 잃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일도 취미도 사람도 자연도 모든 것이 적당한 선에서 이루어져야 밸런스가 맞아지는 것 같아요. 저는 원래 밸런스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지냈는데 몇년동안 프리랜서로 작업을 하다보니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느끼게 되었어요. 흔히들 글쓰는 작가가 매일 아침일어나 루틴을 가지고 글을 쓰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얘기하듯이 모든 일이 그런 것 같아요. 출근도 퇴근도 직접 정해야하는 삶은 균형을 잡기가 특히 어려운데요, 조금씩 밤을 덜 새고 운동도 가끔하면서 저에게 맞는 저만의 루틴을 찾으려고 노력중이에요. 지금 지구의 상태도 인간이 적당히 하지 못해서 발생한 문제들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파괴한 자연을 위한 균형을 찾는 것도 밸런스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완벽히는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것들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달의 씨앗 – 둥글고 빛나게, 오선주 작가 가을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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