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한 잔과 여름 밤 – 서울 브루어리

합정동의 한가로운 골목길을 걸어 뒷편으로 들어가면 한 때 주택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회색의 무덤덤한듯 존재감 있는 건물이 나타납니다.
서울 브루어리가 매장 안에 양조 시설을 설치하고 시작한 첫 매장입니다.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테이블과 양조 시설은 바로 유리 하나를 두고 붙어 있어 손님들은 아무래도 더 가까이에서 정성들인 맥주를 마신다는 인상을 갖고 즐기게 되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안쪽에는 푸릇한 풀과 나무들과 곁하는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벌써 몇 걸음 사이에 서울 브루어리의 다양한 면모를 알게 해줍니다.

서울 브루어리는 매번 아주 다양한 맥주들을 꽤 빠른 주기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충실한 맛을 지닌 코어 맥주 네가지를 제외하고는, 크래프트 맥주가 가질 수 있는 매력을 한껏 살린 새로운 맥주가 매달 2-3개씩 출시됩니다. 다양한 맛이라도 항상 밸런스라는 키워드를 잊지 않고 양조에 신경을 쓰면서 엄선한 원료들로 취하도록 마시는 술보다는 맥주를 안좋아했던 분들도 서울 브루어리에서는 좋아하는 맛의 맥주 한가지쯤은 찾을 수 있도록 다채로운 맛의 변주로 계속 사랑받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새로운 시도에 대해 설명합니다.

서울 브루어리라는 이름은 너무 힘주지 않으면서도 사람들 기억에 잘 남고 상징적인 단어였으면 좋겠다는 고민속에 지어졌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원주민은 극히 드물겠죠. 전국, 전세계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도시가 서울이고, 모든 색을 담은 이 도시처럼 이들의 맥주도 그러한 모습이길 바랬기에 어울리는 이름으로 안착했습니다.

서울 브루어리의 실내 디자인 뿐만 아니라 매번 출시되는 새 맥주들을 소개하는 일러스트들도 유독 정성을 들이고 있고 굉장히 깔끔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브랜드를 만든 서울 브루어리 대표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항상 좋아해왔다고 말합니다. 단순하지만 또 단순하지만은 않은 깊이있는 덜어냄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재료가 가진 물성을 살리는 방향을 항상 고민한다고 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그런 고민이 이어져 맥주 맛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료가 가진 본연의 특징을 잘 느낄 수 있으면서도 뻔하지 않은 트위스트를 가미한 요소는 서울 브루어리의 공간 안에서 그들의 맥주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처음 서울 브루어리를 알게 되었을 때 맥주는 당연하고 그들의 기부 행사나 봉사 워크샵 등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미국에서 온 문화의 일환으로 크래프트 맥주를 만드는 사람들은 로컬과의 협력, 커뮤니티의 활성화 등과 같은 마치 하나의 이념같은 것들을 공유하고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기에, 서울에서도 그런 정신을 계속 이어 나가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벽에 주저하게 될 때도 있지만, 마치 습관처럼 계속해서 봉사와 기부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합니다.

서울 브루어리가 길게 갈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미국 한인타운에까지 입점하기까지의 그림을 그려보고 있다고 넌지시 꿈을 얘기해주셨는데요, 위와 같은 노력들이 그 그림을 찬찬히 완성시켜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맥주를 부르지만, 맥주에 대한 글도 마치 맛있는 안주가 된 기분입니다. 오늘 저녁엔 맥주 한 잔 기울이며 여름 밤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윤과 서울 브루어리의 팝업스토어는 가로수길 가로골목 3층에서 8월 2일까지 열려있습니다.